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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적으로 먹는 아이,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다
비만 아동·청소년 중 일부는 특정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는 '음식 중독' 성향을 보이며, 이들이 우울, 불안, 충동 조절 등의 정서·행동 문제를 겪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떠오른 음식 중독. 과연 음식 중독이 무엇이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비만 아동 5명 중 1명은 '음식 중독' 위험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비만 아동·청소년에서 음식 중독과 정서·행동 문제 사이의 유의한 연관성'을 확인하고, 해당 연구 결과를 전문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평균 연령 11.4세의 과체중 이상 아동·청소년 2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참가자의 19.6%인 44명이 음식 중독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음식 중독은 특정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행동을 의미하며, 이는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 중독은 물질 중독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 단순한 '식탐'의 문제가 아님이 강조됐다.
연구팀은 '한국판 청소년용 음식중독척도 설문지'를 활용해 음식 중독 여부 및 증상을 평가했으며, 정서·행동 문제는 '한국판 청소년 행동평가척도 자기보고용 설문지'를 통해 측정했다.
음식 중독이 심할수록 비만도, 감정·행동 문제 증가
연구 결과, 음식 중독 고위험군 아동들은 비만도가 더 높았고, 자존감이 낮으며, 가족 간 정서적 교류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울·불안과 같은 감정 문제와 충동적 행동이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음식 중독 증상이 심할수록 이러한 문제의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비만도와 부모의 양육 태도 등을 보정한 후에도 문제 행동 총점과 공격성이 증가하고, 학업 수행 능력 점수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 비만,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비만은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심혈관질환, 당뇨병, 지방간 등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상담의사 이상욱 원장(인천참사랑병원)은 "어린 시기에 비만을 관리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의 수 자체가 증가해 이후 체중 감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이닥 소아청소년 상담의사 김해나 원장 역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2차 성징을 촉진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최종 키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음식 중독, 조기 개입이 중요해
음식 중독은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비만과 정신 건강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비만과 정서·행동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음식 중독 경향이 더욱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유은정 원장(서초좋은의원)은 "식이장애도 충동 행동이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전달물질로 인한 문제라면 호르몬이 균형있게 분비될 수 있도록 해주는 약물치료가 있다"라며, "약제를 이용해 몸 속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충동적인 행동을 줄이고, 전문가와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여 올바른 식습관이 자리잡게 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아이가 특정 음식을 강박적으로 찾거나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식탐'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정서·행동 문제와 함께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